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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에세이]_꽃이 핀다.

문장 에세이

by Hi.Scarlett_for Griet 2020. 10. 1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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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란 서로의 모습을 가리는 대신 마음을 열도록 한다.

 

오늘의 문장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00에서 가져왔다.

 

사진 앨범을 뒤적이던 중 발견한 문장이다. 찍은 날짜를 보니 상당히 오래전에 찍은 사진이다. 2016년 7월 7일 이라니..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건 당연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사실 사진 찍었던 기억도 없는데 뭘..'
책이 478페이지를 넘는 걸 보니, 내 책장에 있는 히가시노 씨의 은 아닌데.. 추리를 하기 시작했다. 해당 연도에 도서관 대출기록을 뒤지고, 같은 날짜에 찍은 사진을 찾아봤지만, 연관성을 찾아내지 못했다. '오리무중이구만' 하지만 굳이 셜록 홈스가 되려 애쓸 필요는 없다.
내게는 '검색' 있으니까.
검색의 요령 같은 건 없고, 그냥 무작정 문장들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하나라도 얻어걸리기를 바라며.
조사와 단어가 걸리는 경우는 많았지만, 문장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리고 주인공의 이름은 '고헤이'가 들어간 문장을 검색해봤는데.. 고헤이란 이름이 정말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긴 고헤이 자체가 익숙한 걸 보니 여러 소설에서 등장했을 것이다.
'고헤이 씨. 인기가 좋으시네요'


이 페이지를 사진으로 남겼던 건 아마.. 마지막 문장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사진 앨범을 뒤지다, 이 책의 제목을 찾는 것 역시 마지막 문장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대쪽 같은 취향을 가졌다. '마지막 문장 너무 좋은데..?!'
검색창에 이 문장을 옮겨놓고 클릭을 하자, 정체가 드러났다.

 

사진의 출저는 http://naver.me/xdmChnq9

 

학생가의 살인.
저자:히가시노 게이고
출판: 재인 2014. 08. 06.

너였구나'

 



어둠이란 서로의 모습을 가리는 대신 마음을 열도록 한다는 말. 내게 있어 어둠의 역할은 한 것은 '낯섦'이다. 낯선 와 대화를 하게 되는 상황이 생기면, 어렵지 않게 마음이 열린다. '우리 대화할까요?'
살짝 신나 하는 눈을 하고 있을 것 같은데.. 사실 속으로는 더 그렇다! 대화는 언제나 즐거운 거니까.
낯선 와 대화하는 것을 처음부터 좋아했던 건 아닌데..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아마도 재수하던 1년의 시간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그때는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하루에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적도 있었다. 집은 새벽에 나와 밤늦게 들어갔기에 거의 잠만 자는 공간이었고, 내 주 무대는 노량진이었다. 그곳에서 독서실을 다니며 혼자서 공부를 했다.
나 혼자 공부하고 나 혼자 공부하고... 1년을 이렇게 살았다.
아는 사람 한 명 없었지만, 그건 당연한 사실이라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아는 사람이 있으면 당황했을 것이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 오로지 공부에만 전념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공부 이외의 것들은 차단했다. 물론 거기에는 인간관계도 포함되어 있었다. 단과 학원을 다니고, 독서실을 다니고 하다 보면 익숙한 얼굴들이 생기지만.. 딱 그 정도가 끝이었다. 거기서 더 나아가 친해진다거나 하는 것은 일종의 죄악처럼 느껴졌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왜 그렇게도 날이 서있었는지.. 빡빡하게 굴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그때는 그랬다. 벼랑 끝에 몰린 느낌이었으니까.
그런 생활 속에서 말을 하는 경우는.. 음식 주문할 때..? 커피 주문할 때..? 빼고는 없었다. 가끔 예외적인 경우가 생긴다 하더라도 경우의 수는 손 하나면 충분했다.


'대화하고 싶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공부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수능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보다는 그냥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랑 눈 맞추며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니... 불과 1년 전과는 달리 그때의 나는 혼자였다. 스스로를 그렇게 자초했기에 불만은 없다만, 흠이 하나 있다면 외로움. 그것도 몹시.
때로는 길가다가, 나랑 이야기 좀 하자고 아무나 붙잡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음... 약간 사이코 같긴 한데.. 그때는 그랬다.
'이야기 좀 할까요..? 커피는 내가 살게요!'
이때 고삐가 풀렸나 보다.
한 번 자유를 느낀 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오려 하지 않았다. 하긴 어떻게 돌아올 수 있을까?
그 후로 나는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대화를 원했다. 물론, 이러한 움직임은 대부분 내적 댄스이긴 하지만.. 기회가 생긴다면 절대 놓치지 않다. 길을 걸어다가 보면, 설문조사를 한다거나, 동아리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 혹은 밴드를 하는데 음악 피드백을 원하는 상황 등과 같이 대화할 기회가 생긴다. 이럴 경우 나는 언제나 Yes!!

대화는 이미 알고 있는 사람보다는 낯선 사람과,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있는 게 단 이름뿐이라 해도 더 수월하다는 생각이 든다.
더 솔직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가족에게는 못하는 말을 처음 보는 사람한테는 의외로 하게 되는 경우처럼 말이다. 어차피 서로 아는 바도 없고 다시 볼 일도 없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주저리주저리 말하곤 한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대나무 숲에 있는 기분도 든다. "나 사실!!!!~~"
남몰래 비밀을 말해버리고 홀가분해짐을 느끼는 그곳 말이다.

낯선이 와의 대화에서 서로 스타일이 맞지 않으면 괜찮다. 나와 다른 새로움을 경험해본다 생각하면 되니까. 반면 이미 알고 있는 사람과 대화 스타일이 맞지 않으면.. 피곤하다. 그 사람이 있는 자리를 피하게 된다. 그 사람에 대해서 상당수를 이미 파악하고 있고(위압적인 말투, 일방적인 대화 등) 이것들이 마음의 문을 닫게 만든다. 일종의 편견으로 작용할 수도 있으나..
'피곤한데 어떡해'
낯선 이에게 마음이 쉽게 열리는 건 아마 위에서 언급한 편견이 없어서 그런 건지도 모른다. 덕지덕지 무언가가 적힌 종이보다는 차라리 하얀 백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더 수월하다.
낯선이 와의 대화가 순간에 그치지 않고 영원으로 이어져 낯선의 자리에 친한, 소중한, 사랑하는 등이 자리 잡게 된다면 가장 바라는 상황이 될 것이다. 무엇인가 덕지덕지 그려진 종이보다는 백지가 낫고, 백지보다는 추억들에 빛이 바랜 노트가 낫다.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데는 맛있는 커피 / 좋아하는 문장 / 대화면 충분하다. 이때의 대화는 여러 사람들과 하는 것보다는 당신과 나.
대화를 할 때 단 둘이서 하는 걸 좋아한다. 많아야 3명 정도..? 그 이상은 대화보다는 담화에 가깝다고 생각하기에 두 명이 가장 이상적이다. 수가 늘어나면 머리 아프다. 내가 눈을 맞추며 귀를 기울이고, 관심과 집중을 기울이는데 오로지 당신뿐이면 된다. 대화 속에서는 당신과 나뿐이다.

 



가 부족할 때쯤이면 혼잣말이는다.
상대방과 을 피우고 싶지만 혼자서는 여의치 않아서 주변정리만 할 뿐이다. 등잔 밑이 어둡듯이 나 또한 그와 같아서, 혼잣말로는 햇빛을 비출 수 없다.
그래서 대화가 부족할 때쯤이면 점점 시들어져만 간다. 그렇게 꽃이 진다.
너와 단둘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하는 대화는 나를
싱그럽게 해. 커피는 물이 되고 너는 햇빛이 되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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