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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에세이]_우린 서로 같은 사람

문장 에세이

by Hi.Scarlett_for Griet 2020. 10. 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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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이 되기로 한다.

 

 

오늘의 문장은 권미선의 '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에서 가져왔다.

 


나는 책을 읽을 때, 대부분 좋아서 읽는다.
'그냥 읽는 게 좋아서. 별다른 목적은 없고'
하지만, 모든 책을 이렇게 읽지는 않는다. 피치 못할 사정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가령, 전공책이라거나 전공책이라거나

좋아서 읽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목적은 '지식 습득'이다. 전공 공부를 위해 펼친 책이나, 각종 영어시험 관련 책이라거나 결국 원하는 건 '지식'이다, 그래서 이런 류의 책 읽기를 할 때는 그렇게 유쾌하지만은 않다. '재미없어....'
하지만, 재미없다는 이유로 그만두기에는 나중에 상당히 곤란해 질게 분명하기에.. 오늘도 어김없이 책장을 넘긴다. 유난히 종이가 거친 느낌이 든다.
기분 탓일 것이다.

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지극히 실용적이었다. 지식이 필요했던 것이다.
'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되는데..?'
비법이 적혀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다면 '나도 혼자일 때 괜찮아질 수 있겠지..'
하는 기대감에 책을 선택했다.
그때의 나는 혼자일 때 괜찮은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___
때는, 작년 크리스마스이브.
이날은 왠지 집에 있기 싫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크리스마스이브쯤은, 익숙한 무덤덤함으로 보통의 날로 만들곤 했는데.. 이번에는 예민한 감정이 그 자리를 대신해서 특별함을 더해버렸다.
'함께 하고픈 사람이 생겨서 그런 거겠지'
그런데.. 내 바람은 여지없이 옷깃을 스쳐갔고, 바람이 지나간 자리엔 나 혼자 남았다.
방안에 혼자 있기는 싫어.. 그렇다고 이 기분으로 누구를 만나기는 또 싫어.. 일단 밖으로 나갔다.
기분전환하는 데는 분위기 좋은 카페맛있는 커피 그리고 좋아하는 책정 도면 충분하다.
집에서 꽤 멀리 있는 카페로 향했다.

할리스 커피.
3층 규모의 카페였고, 통유리로 되어있어 하늘을 보는 데 문제가 없었고, 주위는 점점 어두워져 인공의 불빛들이 주변을 밝히기 시작했다.

분위기 합격!

바닐라딜라이트.
저번에 마셔봤는데 맛있더라. 시간도 많으니 사이즈 업도 해야지.

맛있는 커피 합격!

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
읽어봐야겠는데...

아직은 보류.


기댈 곳이라곤 의자밖에 없던 나는, 잠시 등을 기대고 책을 펼쳤다.

 

 

 

첫 장을 넘기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이 문장에 좋아하겠구나 싶었다.

혼자일 때도 괜찮아지는.. 이런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글을 찾았다. 어디쯤에 나올까 생각하며, 책장을 넘기는데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발견했다.

나는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이 되기로 한다.

당황스러웠다
'당신, 혼자일 때 괜찮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사실, 괜찮지 않은 사람이었네요. 그런 점에서 우린 참 많이 닮은 것 같습니다'
당황스러운 감정이 안도감으로 바뀌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우린 서로 같은 사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당신이 혼자일 때 괜찮은 사람이었다면..
사실 당신이 뭐라 하든 주의 깊게 듣지 않았을 겁니다.
당신은 혼자일 때 괜찮은 사람이니까요.
당신이 뭘 알아? 라 하며, 부러운 마음에 외면했을 겁니다.
못된 마음일 수도 있으나 당신이 혼자일 때 괜찮지 않은 사람이라 참 다행입니다. 우린 서로 같은 사람이라는 게 정말 위로가 됩니다'

이 생각이 든 후로는 그냥 봤다. 좋으니까. '이 작가가 쓴 책은 다 찾아보겠군'같은 생각을 잠시 하며..
초기의 목적 같은 거는 뭐.. 좋으며 됐지.
기댈 곳이 의자 말고 하나 더 생긴 느낌이 들었다.
이 책에 대한 전반적인 감상은 책을 읽는 시간보다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이 더 길었다는 점이다.

그날 나는 책보다는 하늘을 더 오랫동안 봤다. 커피는 맛있었으며, 의자는 내 방처럼 편했다.
불빛이 번져서 보이는 바깥 풍경은 분위기를 이보다는 더 좋을 수 없게 만들었고, 나는 오늘 처음 본 사람의 팬이 되었다.


사실, 혼자일 때 괜찮아지는 법은 첫장에 나와 있었다. 주의깊게 보지 못했을 뿐.
내가 나에게 괜찮다고 말해주기.
저자는 말한다. 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이 되어보자고.
이 다짐에, 나도 덩달아 마음을 다잡는다. 조용히 입밖으로 내뱉으며 다짐한다.

나에게 괜찮다고 말하기로 한다.
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이 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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