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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에세이]_에스프레소 마끼아또

문장 에세이

by Hi.Scarlett_for Griet 2020. 9. 30.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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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괜찮을 것이다. 그런 기분이 든다.

 

오늘의 문장은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에서 가져왔다.

 


나는 선택을 할 때 상당히 직관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 처음 보고 좋다 / 싫다 가 결정된다. 좋다고 생각이 들지 않으면 좀처럼 다음 단계로 넘어가질 않는데... 이건 어쩔 수 없다. '마음에 들지 않은 걸..'
마음에 들어야 제품도 살펴보고, 가격도 비교하고 하면서 관심을 기울이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보지도 않는다. 그냥 지나갈 뿐이다. 어찌 보면 상당히 냉정하게 보일 수도 있는데.. 일부 맞다는 생각이 든다. 호불호가 확실하니까.

좋다고 생각이 들면, 새로운 것이라도 선택을 주저하지 않는다. '아 이건 사야 돼!' 마땅한 근거는 없다. 그냥,
'분명 괜찮을 것이다. 그런 기분이 든다'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살짝 대책 없어 보일 수도 있는데.. 사실 그렇다.
물론, 좋을 때가 많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분명 있다.
가끔씩 약간의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해프닝이 벌어졌는데, 바로 2월에 발생한 '에스프레소 마끼아또 해프닝'이다.

___

2월 14일.
집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카페로 갔다. 수고스럽기는 했지만, 그곳의 의자는 굉장히 편했고, 전면이 유리라 어렵지 않게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었다. 게다가 천장이 매우 높아 답답함까지 없으니.. 오래 머무르기 좋은 곳이었다.
평소처럼 바닐라 라테를 주문하고, 잠시 앞에서 기다렸다.
카페 안에 사람이 없었기에 금방 나오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커피는 나왔고 따뜻한 머그 컵을 손으로 감싼 채 2층으로 올라갔다.

창가에 자리를 잡고 새로 산 책을 펼쳤다. 기존에 알던 작가가 아니라서 살짝 걱정되긴 하지만.. 취향이 맞는 친구가 추천해 준 것이니 괜찮을 것이다. 두 장쯤 읽었을까?
내 스타일이었다
좋아하는 작가가 생겼다.
'당신의 글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이제 당신이 쓴 글은 다 찾아서 볼 거랍니다'

책을 읽는 사이, 어느새 커피는 동이 났다.
'아직 책도 반 정도 남았고 좀 더 있어야겠어.
요즘 커피값이 웬만한 밥값 정도라,
하루에 2잔이면 부담이 없는 건 아니지만,
오늘만큼은 그런 생각하지 않기로 해.
커피를 너무 마셔 밤에 잠이 안 올지도 모르지만,
오늘만큼은 그런 거 신경 쓰지 않기로 해.'
스스로 합리화를 하며 1층으로 내려가는 발걸음은 가벼움 그 자체였다. 검은색 바탕에 흰색으로 적힌 메뉴들을 한 참이나 올려다봤다. 평소 같았으면 바닐라 라테 아이스로 다시 주문했을 텐데.. 그날은 날씨가 추워서, 바람이 불어서, 오랜만에 눈발이 날려서,,
'따뜻한 거'

고민했다. 똑같은 건 마시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페모카
이건 맨날 마시는 데가 따로 있고
-캐러멜 마끼아또
이건 너무 달고
-카페라테
너무 밋밋한 느낌인데
-오늘의 커피
뭐야 이건?

이러는 사이 자연스럽게 에스프레소로 눈이 갔다. 그 눈길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그런지 몰라도 에스프레소의 특징, 굉장히 조그마한 컵에 나오고 무척 쓰다는 것, 을 간과했다.
에스프레소.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어디서 많이 본 느낌이 들어서 낯설지는 않고, 그날따라 '한 번 마셔볼까?'라는 괜한 용기가 생겨서 주문하기로 했다.
종류가 생각보다 여럿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에스프레소 마끼아또를 선택했다.
마끼아또를 보니 순간 캐러멜 마끼아또가 생각났다.
'그래도 쓰지는 않겠는데?'
사실, 캐러멜 마끼아또가 달달한 건 캐러멜 때문인데..

"에스프레소 마끼아또로 주세요"

 

"주문하신 에스프레소 마끼아또 나왔습니다"

 


'뭐야 이거?!'
첫인상은 당황스러움이었다.

'맞다.. 이게 에스프레소였지'
그다음은 한 발 늦은 기억이었다. 기억이 날듯 말듯한 단어를 생각하다가 막상 알게 됐을 때 드는 허무함.
'이걸 왜 몰랐을까..'

스푼과 같이 나온 커피를 자리로 돌아갔다. 마신다기보다는 스푼으로 떠먹었는데.. 역시 썼다. 그것도 몹시
평소에 아메리카노도 안 먹는데 큰일 났네..
아직 입안에 가득 고인 쓴맛을 삼키며 검색을 했다.
'에스프레소 마끼아또는 대체 뭐야?'

에스프레소 마끼아또
마키아토(이탈리아어: Macchiato)또는 마끼아또는 "표시한(marked) 또는 "얼룩진"(stained)또는 "낙서"라는 뜻의 이탈리아어이다.
이 단어는 흔히 다음과 같은 음료를 가리킬 때 사용한다.
카페 마키아토 또는 에스프레소 마키아또 : 우유로 모양을 낸 에스프레소 커피

너무 써서 마시지 못했지만, 향은 좋았다.
주문하기 전에는 '분명 괜찮을 것이다. 그런 기분이 든다'
이렇게 생각했는데 결국 해프닝으로 끝이났다.


___
핸드폰을 들어 사진을 찍었던 이유는
이렇게 글로 적는 이유는
커피가 아까워서 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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