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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에세이]_당신의 자리.

문장 에세이

by Hi.Scarlett_for Griet 2020. 11. 11.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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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문장은 카뮈의 '페스트'에서 가져왔다.

 

 

 

 

나는 당신을 무척 사랑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지쳤어요.....
이렇게 떠나서 행복하지는 않지만, 새로 시작하는데 반드시 행복할 필요도 없죠.

 

이 말은 하는 사람의 마음은 잿빛과 같을 것이다.
마음의 응어리가 모두 타버려 재밖에 남지 않은 마음에,
잿빛만이 가득.
몇번 씩이나 꺼내보곤 했던 추억도
다신 마주치지 말자며 등돌린 기억도

추억은 미련이 되어
기억은 상처가 되어, 응어리진다.
우린 정말 좋았었는데.. 이를 되풀이하다, 깊게 배인 기억의 상처을 '툭.. 툭...' 자꾸만 건드려보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계절이 변하고, 상황도 달라지며
끝끝내 변하지 않을 것만 같던 내 마음도 변해.

마음에 불길을 지펴.
모든 걸 잊겠다는 마음도 아닌, 후회하게 될 거라는 미움도 아닌 그저, 피곤한 지침이 불길을 지펴.
이미 매마른 감정과 건조한 마음이기에, 조그마한 불길이라도 쉽게 번져. 금방 이리저리 옮겨 붙고
그토록 바랬던 온기였는데, 이제서야. 지금에서야..
하지만 됐어요. 이제는 지쳤어요.
지금 이러는 내가 행복해보이나요?
그러면 됐어요. 아니, 솔직히 아무래도 상관없죠.

'내가 너를 정말 사랑했는데...'

타고 남은 재들이 조용히 바람에 날려,
혹여나 눈에 들어갈까 두눈을 감고 그렇게.
그렇게.
난 오늘도 이렇게



당신의 자리에 많은 것들이 앉아 있곤 했다.
가고 싶었던 대학, 배우고 싶었던 공부, 곁에 머물러 줬으면 했던 사람, 기대의 충족, 운명같은 만남.....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좀처럼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아,
새로운 것들이 올때면, 자리를 새로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자리 만드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자리 하나 만드는 것쯤이야 어려운 일은 아니었으나,
내 옆자리는, 항상 비어있다는 것이 나는 못내, 견디기 어려웠다. 그래서 더욱 자리를 만들었나보다.
혹시 내 옆에 있어주지 않을까 싶어서

일방적 그 단방향성에
열과 성을 다한 관계는 언제나 일방적이었다.
당신이..? 아니면, 내가...?
우리 둘다 일지도 모르죠. 혹은 그러길 내가 바라는 건지도 몰라요.
외줄을 타는 듯한 위태로운 관계에 온전함을 주기위해선 속을 태워야 했다.
썩을 대로 썩어, 곪을 대로 곪아 삭혀진 속은
언제나 엉망이었고, 말이 아니었다.

시간이 약이라는, 무책임한 처방은 언제나 옳았고 내게는 시간이 필요했다.
단, 이 약은 고통을 줄여준다거나, 언제까지 먹으면 된다거나 하는 부가적인 설명은 없었다.
불친절하기 짝이 없다.

그렇게 약을 먹는게 습관이 되어,
일상이 되었을 때,
서서히 불씨가 만들어졌고 이윽고 타올랐다.
맹렬하진 않고 잔잔하게.

그렇게 된 후, 바로 행복이 오지는 않았다.
마침표를 찍었으니, 기다렸다는 듯 행복이 들이닥치면 좋으려만..
눈처럼 쌓인 재들이 녹는 .
봄이 안 올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때가 언제인지는 모르고
설령 '사실 알고보니 지금이 봄이었다'
같은 말은 마음에 안 들어,
그냥 그려러니 하기로 했다.
불행이 모습을 감춘 것만으로도 나름 선방했다 자축하며,
그것을 위안으로 삼으며

 


가끔씩 당신의 자리가 눈에 밟히겠지만,
잠시 그에 머물어 있는 시간도 있겠지만, 그뿐입니다.
기왕 온김에 쌓인 먼지나 털도록 하죠.
이렇게 가끔씩 찾아 올게요. 혹시 마주친다면, 그때 내가 좀더 나은 사람이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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