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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에세이]_수수께끼

문장 에세이

by Hi.Scarlett_for Griet 2020. 12. 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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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향한 반역심이 내 하마르티아.
                                                                                        에픽하이_白夜


[문장 에세이]
어떠한 문맥도 없이, 덩그러니 놓여있는 문장은 수수께끼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모르는 단어까지 있으니 뜻을 짐작할 수조차 없다. 사전에 검색하면 실마리라도 잡았을 텐데.. 여태껏 넘겼던 건 노래 가사였기 때문이다.

생소한 단어의 등장에 놀랄 틈도 없이,
리듬에 맞춰 가사들이 이어진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가사들을 쫒다 보면
금방, 다음 곡으로 넘어가곤 한다.

이 과정의 반복으로 익숙함이 몸에 뱄다.
'낯설지는 않네'
그래도 여전히 수수께끼인 것은 마찬가지만 말이다.
책에 있는 문장이었다면 진작에 찾아봤을까?
그전에 미리, 하단에 있는 각주가 찾는 수고를 대신했을 것이다.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 검색이라는 약간의 수고스러움이 필요했지만,
'나는야 게으름쟁이'
어차피 매일 듣는 곡도 아니었기에,
그리 신경 쓰지 않았고
그냥, 잊히지 않을 정도로 이따금씩 들을 뿐이었다.



그 날은 약속시간이 되어도 상대방이 오지 않았다.
새로 가입한 동아리 첫날이었는데..
뭐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마음 졸이며,
만나기로 한 장소와 시간을 다시 확인하며,
핸드폰만 보았다.
기다린 지 10분이 넘어가자 점점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처음 만나는 자리라 나름 긴장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다행인가 싶었지만, 이렇게 시간을 죽이는 일은 언제나 달갑지 않다. 뭔가 붕 떠버린 듯한 느낌.
별로다.

음악을 듣기에는 뭔가 번거롭고, 그냥 멍하니 있자니 심심해서 읽을거리를 찾았다.
'읽을거리가 필요해'
오늘 아침에 그 노래를 들었던가?

'운명을 향한 반역심이 내 하마르티아' 

버스에서 졸다가 들은 것 같기도 하고..
이런 생각을 하며, 하는 검색은 시간 죽이기에 적합했다.
게으름쟁이에게 수고스러움보다는 심심함이 더
별로다.

국어사전에 하마르티아를 검색하니 다음과 같이 나왔다.

하마르티아[그리스어] hamartia
명사_문학 비극에서 주인공을 파멸에 이르게 만드는 주인공 자신의 선천적인 결함이나 성격.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poetics)에서 처음 사용한 말이다.


네이버 지식백과에는 더 자세한 설명이 나와있다.


하마르티아(hamartia)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비극의 주인공은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좀 더 나아야 한다. 반면, 희극의 주인공은 보통 사람보다 못해야 한다. 그러나 비극의 주인공은 그가 고결한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결함에 의해서 자기 자신의 불행을 초래하게 된다. 하마르티아는 '과오', '약점', '비극적 결함'이라고 번역된다. 그러므로 비극이 주인공은 하마르티아로 인해 자기 자신의 몰락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수수께끼 같은 문장에 대한 풀이는 잠시 미뤘다.
곧 있으면 사람들을 만날 텐데,
서두르고 싶지는 않아서.
느긋하게, 여유를 가지고.
기왕이면 그 노래 들으면서 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



아리스토텔레스. 반가운 이름이다.
모르는 동네에서 익숙한 버스를 발견했을 때, 느껴지는 안도감과

낯선 장소에서 익숙한 얼굴을 보았을 때, 드는 반가움이 교차한다.
아리스토텔레스 씨!
나도 모르게 아는 척을 할 것만 같다.

반가움을 뒤로하고 단어의 뜻을 알았으니, 수수께끼를 풀 차례다.
운명을 향한 반역심이 내 하마르티아.
운명을 향한 반역심. 나를 파멸에 이르게 만드는 과오, 약점, 비극적 결함으로 해석하면 될 듯하다.
비극의 주인공인 나는, '운명을 향한 반역심'이라는 선천적인 결함, 과오 등으로 나의 불행을 초래하게 된다.
이런 뜻인 것 같다.

'하마르티아'
매력적인 단어였구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 처음 사용되었다는데,

그 이유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구매했다.
학교 교양 강의 중, '연극으로 본 서구문화' 강의를 수강 신청했다.
오이디푸스의 왕과 시학, 그리고 '하마르티아'를 주제로 과제를 제출했다.
단어 하나가 여러 가지를 하게 했다.
노래를 다시 들었다. 같은 곡이라도 이전과 다르게 느껴지는 건, 괜한 기분 탓일까?
시간이 갈수록 섣부른 짐작이 명백한 확신으로 자리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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