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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항상 그대의 편이야.

인상1.0_for Maritree

by Hi.Scarlett_for Griet 2020. 11. 8.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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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 에세이] 선우정아 - 도망가자

안녕하세요 마리트리 입니다. 11월로 접어드는 주말 다들 잘 보내셨나요? 10월 중순 경에 뮤직 에세이를 처음 쓰기 시작했는데 벌써 11월이 됐네요 지난 2,3주가 훅 하고 지나가 버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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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에세이

 

주로 책이나 노래 가사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온갖 것들에서 문장을 모은다.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에도,
스치고 지나간 생각에도 문장이.

문장 아래 내가 있는 것만 같다.


문장들은 각기 을 내는 부분이 다르다.
감탄이 나오는 비유와 상징, 지적인 만족감을 주는 내용,
마치 노래를 부르는 듯 느껴지는 운율.....


저마다의 매력이 곧 파장의 길이를 결정한다.
짧을수록 보랏빛을 길수록 붉은빛을 띤다.
각기 색은 다르지만, 빛난다는 점에서 모두 동일하고
그 점이 나의 마음을 빼았는다.

문장 아래 느낌표가 가득한 그 빛 속에서 있다 보면,
가끔은 그냥 '담백함' 하나면 족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감칠맛도 물론 좋지만 담백함이 끌리는 그런 날에,
'도망가자'
조용히 입에 머금어본다.

 


그림 한 점.

 

Édouard Manet / A Bar at the Folies-Bergère

 


인상 하나

 

#압도적인 슬픔
압도적인 슬픔을 마주하게 될 때, '압도적인'에 시선이 박힌다. 그 엄청난 크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선에는 경이감이 깃든다.

내게 이런 일이 생긴다면 세상 무너질 줄 알았지,
어떻게 해야 하나 발만 동동구를 줄 알았는데 글쎄, 예상과 다르네.. 오히려 무섭도록 침착할 뿐.
잠을 자지 않아도 졸리지 않아. 예전에는 배는 고파도 무언가를 넘기고 싶지 않은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예 배가 고프지도 않아. 그래서 그런 건가 그냥 조금 멍해.

눈물 한 방울도 맺히지 않는 걸 보며 생각보다 내가 무덤덤하다는 걸, 그리 약한 놈은 아니라는 걸 생각할 때,
다른 편에서는 모든 걸 걸고
'압도적인'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어떠한 대비책도 없이 슬픔을 봤다가는 큰일 날 테니까.
견딜 수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아니까.
그렇게 된다면 정말 되돌릴 수 없을 테니까.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제다.
빌릴 수 있는 숨은 모조리 빌려, 숨 가쁘게 달린다.
'나중에 내가 어떻게 해서든 다 갚을 테니까, 가격은 신경 쓰지 마'
슬픔과 최대한 거리를 둔다.
감정의 차단기를 재빠르게 내린다.
그렇게 감정을 모조리 차단한다. 얼굴에 표정을 지우고 하품조차 하지 않는다.

'혹시 눈물이 새어 나올까 봐서'

그렇게 잠시 멍한 상태로 슬픔의 압도적인 크기를 바라본다. 제삼자의 시선으로, 마치 남일 보듯이.
며칠 혹은 몇 달을 '압도적인'만 바라본 채 지낸다. 그러다 슬픔으로 눈을 돌릴 때쯤이면, 슬픔이 몸에 배어있다. 서서히 그리고 조용하게 몸에 스며든 슬픔은,
차가운 물에 들어가기 전 왼쪽 가슴 부근을 적시는 물이 된다.
마주한 슬픔은 나를 덮친다. 그렇게 대비를 했건만, 속절없이 무너진다. 눈앞에 다가온 슬픔과 함께 감정의 차단기가 올라가고, 모든 감정이 열린다.
그중 슬픔이 전면으로 나섰고, 감정은 이미 그에게 함락당한 상태다. 그렇게 슬픔이 온몸에 배인다.
바라보는 시선에, 걷는 걸음에, 내뱉는 숨에.

 


억장(億丈).

극심한 슬픔이나 절망 등으로 몹시 가슴이 아프고 괴로운 상태가 됨

억장이 무너진다.
___

걸핏하면 무너지는 세상에, 이제는 딱히 놀라지도 않은 마음에, 굳건히 걸어 잠근 감정은 입가에 웃음을 감췄고, 곧이어 눈가는 바싹 말랐고, 더 이상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며 시선에는 멍함만이 가득 담겨, 가끔씩 공허함만 흘러.


기대면 내가 안을게
축 저진 어깨, 내가 감쌀게
숨 고를 때까지 그렇게 있을게

그곳이 어디든
그때가 언제든

짓는 한숨이 닿을 거리엔,
내가 항상.

고개를 돌리면,
우는 법을 잊는 너의 눈가를
내가 닦아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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