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빈 공간을 가득 채워요.
그 안에 있으면 내가 마치 음표가 된 것 같아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죠.
https://maritree.tistory.com/m/28
이번에도 서류 봉투에 담아
문 앞에 놓았다.
우편함 같은 거라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어떤 색으로 덮을까?'
그 생각에 한참을 담겨있다가, 물들기 전에 빠져나온다.
그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생각났기 때문이다.
지는 해의 어스름에 달빛이 기웃거립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슬렁어슬렁
제 모습을 드러내겠죠.
오늘은 밤길이 그렇게 어두울 것 같지는 않네요.
같은 하늘에 떠있는 해와 달은 각기, 서로에 대해서 뭐라 말할지
그것들은 서로 닿아있을까요? 우리가 눈치채지 못할지도 모르죠.
아니면, 그 여부가 딱히 상관없을지도 몰라요.
우리가 모르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연이 닿아있기에, 어떻게 보이든 관심 없을 거예요.
물끄러미 하늘을 바라보는 건, 살짝 엿보기 위해서일까요?
웃음을 참는 것과 울음을 참는 것 중 뭐가 더 어려울까, 가끔 생각하곤 합니다.
각기 나름의 고충이 있겠죠.
그에 대한 답은 비록 없지만, 후자에 대한 이야기는 있답니다.
울음을 참는 것이 무척이나 어렵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인연이 있었거든요.
우연한 만남이 필연으로 다가와,
만날 사람은 어떻게든 만난다고 믿었으니까.
인연인 줄 알았어요.
너를 오랫동안 기다려왔어
이제야 우리는, 만나게 됐어
수많은 가정들을 반복할수록 특별함을 커져만 갔죠.
횡단보도 신호를 좀 더 이르게 건넜다면,
혹은 뒤늦게 건넜다면, 어땠을까..?
오늘 나가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갈 준비를 마치니 때마침 그때였고,
엘리베이터는 제때 왔고,
걷는 속도는 적당했으며,
횡단보도 신호는 마치 나를 기다렸다는 듯 변함과 동시에,
서로가 교차할 그곳으로 나는 이끌렸고.
이 모든 것들이 모여서 우리는 만났죠.
인연이었을까요?
인연이라 생각했습니다.
아닐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어요.
모든 것들이 인연이라 말해주고 있었거든요.
사실,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들었는지도 모르죠.
그 사람은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요,
그때 제가 귀담아들은 인연은
악수를 청하려 내민 손,
딱 그 정도였던 것 같아요.
불쑥 내민 손에 머쓱함이 남을지, 반가움이 남을지
알지 못한 채,
그 단계에서 우두커니 멈춰 서고 말았죠.
그 사람은 제 손을 잡아줬을까요?
아니면, 손사래 쳤을까요?
인연이 찾아왔습니다.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그렇게 찾아온 인연에 많은 것들을 담곤 했어요.
그 당시에 저는 마치 뭔가에 홀린 듯,
이성과 감성이 아닌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 순수한 직관으로,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로 가득한 타국에서 희미한 모국어를 놓치지 않는 태생적 예민함으로,
'이건 분명히 필연이니 반드시 운명이니, 그래서 우리는 연인이니'하는 동화 같은 낭만으로,
인연을 가득 채웠죠.
어떻게 그 사람에게.
그토록, 마음이 닿도록 집중할 수 있었을까요?
그 이외에 다른 건, 아무 상관없었던 그때는,
스쳐가는 인연도 있다는 깨달음을 남겨두고
조용하게 지나갔습니다.
무척이나 소란스러운 단조로움에
또 하루가 채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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